
Happy Valentine’s Day,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발랜타인스 데이입니다. 가족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한국 부모님들은 기념일이나 생일을 잘 챙기지 않으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발랜타인스데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날들을 서로 잘 챙기시지 않는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이민 온 지 2년 되던 해에 저희 아버지께서 매일 일하시는 어머니가 안쓰러우셨는지 결혼기념일을 챙겨 주시겠다고 어린 제 손을 잡고 Macy’s 백화점으로 향하셨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어머니 선물을 사보지 않으신 아버지는 무엇을 살지 모르셔서 저에게 고르라고 하셨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는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잠옷을 골랐고 아버지는 “이거 괜찮네”라고 말씀하시고는 그것을 사서 기쁜 마음에 집으로 향하셨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아버지에게 꽃도 사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을 해서 아버지는 거금을 투자하셔서 $50불이나 넘는 비싼 꽃을 들고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저와 돌아오셨습니다.
집에 도착해 아버지와 저는 그날 저녁을 맛있게 준비해 놓고 어머니가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마침 오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선물을 받고 기뻐할 생각을 하니 제 가슴이 다 콩닥 콩닥거렸습니다. 역시 어머니는 생전 처음 받아 보시는 선물과 꽃 그리고 맛있게 준비된 식탁을 보시며 너무나 기뻐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웃으시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보, 이 꽃은 얼마 줬어요? 아니 이 선물은 왜 이렇게 유치해요?” 아마도 아버지에게 선물을 받는 데 익숙하지 않으셨던 어머니는 좋으시면서도 그렇게 표현하신 것 같았습니다.
당연히 그 뒤에 너무 비싼 꽃을 샀다는 이유로, 선물이 유치하다는 이유로 저와 아버지는 혼이(?) 났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저희 어머니는 그 꽃이 다 시들을때까지 식탁 위에 잘 키우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유치했던 잠옷은 제가 중학교 갈 때까지 버리지 않고 입으셨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입가에서 떠나지를 않습니다.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와 함께 준비했던 결혼기념일은 지금도 저에게 따듯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